
홈플러스, MBK의 품에서 10년… 그리고 회생 신청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 한때 강자로 군림했던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위기가 아니라, 국내 유통 시장의 구조 변화와 사모펀드(PEF) 방식의 운영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홈플러스의 10년을 되짚어보며, MBK파트너스의 인수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살펴보자.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7조 원의 빅딜
2015년,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MBK파트너스는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거래 규모는 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M&A였다. MBK파트너스는 인수 대금 중 상당 부분을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한 후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일정 기간 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MBK는 홈플러스의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매장을 부동산 자산으로 묶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영을 이어가는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 방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즉, 홈플러스의 주요 부동산을 매각하고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했으나, 이는 장기적으로 임차료 부담 증가라는 리스크를 안게 했다.
위기의 서막, 영업손실과 소비 트렌드 변화
홈플러스의 실적 악화는 유통 환경의 급변과 맞물려 있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경쟁 대형마트들도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과 할인점 선호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홈플러스는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로 인해 대형마트 업계는 온라인 경쟁력을 강화해야 했지만, 홈플러스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홈플러스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1,000억~2,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가결산 기준 적자도 1,571억 원에 달했으며, 총 차입금은 5조 4,620억 원, 부채비율은 1,408%에 이르렀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고, 회생 신청으로 이어지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회생 신청, 홈플러스의 운명은?
홈플러스는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리스 부채를 제외한 운영자금 차입을 포함한 실제 금융부채가 약 2조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부채비율도 전년 대비 1,506%에서 462%로 개선됐다고 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법원의 회생 절차를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기업 회생 절차는 법원의 감독 아래 기업이 재정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정상 운영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즉, 즉각적인 파산이나 청산이 아닌, 채권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회생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다. 홈플러스의 회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경영 정상화 및 새로운 투자 유치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사모펀드 방식의 유통업 경영, 한계 드러나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경영 방식은 유통업 특성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많았다.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제조업이나 특정 기술 기업처럼 단기 효율화가 가능한 기업에 적합하지만, 유통업은 장기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단기간 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주로 사용했고, 결국 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홈플러스의 사례는 국내 유통업계와 사모펀드 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유통업의 본질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와 지속적인 혁신에 있는데, 단기적인 수익 극대화 전략이 이를 저해할 경우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홈플러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홈플러스의 향후 전망은 아직 불확실하다. 법원의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신규 투자 유치나 경영 정상화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또한,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소비 트렌드는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보다 공격적인 디지털 전환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홈플러스가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을 이루어낼지, 아니면 사모펀드의 실패 사례로 남게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